[매일경제] 실내악 축제 꿈 이룬 서른살 `예술감독`
작성일 23-09-20 16:40
박유신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 이끌어
"내년엔 포항 등 지방서도 음악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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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클래식 음악 축제 예술감독이 젊은 여성 연주자인 사례는 드물다. 지난해 피아니스트 손열음(33)이 '평창 대관령 음악제' 예술감독을 맡았을 때 이목을 끌었던 이유다. 지난달 첼리스트 박유신(29)은 손열음보다도 어린 나이에 실내악 축제 예술감독이 됐다. 올해 서른, 만으로는 아직 20대에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 2019' 예술감독을 맡아 25일, 27일 공연을 성공리에 치러냈다. 축제가 끝나고 매일경제와 만난 박유신은 예술감독 칭호가 부담스러운 듯이 손사래를 쳤다. 직접 첼리스트로도 나섰던 그는 "타이틀만 예술감독이었다"며 "작은 페스티벌이 무사히 끝나야 된다는 생각으로 연주자 관점에서 축제를 만들어 봤다"고 겸양했다. 소회를 물으니 "연주를 잘 마쳐 나름대로 뿌듯하다"면서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부담이 생긴 것도 같다"고 털어놓았다.
처음 실내악 축제 기획을 결심한 건 4년 전 독일 유학 시절부터다. 유럽의 다양한 실내악 축제를 접하며 '박유신표 실내악 축제'에 대한 욕망이 점차 커졌다.
행동력 넘치는 그는 귀국하자마자 곧바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소속사 동료인 김재영, 김영욱 바이올리니스트 등도 힘을 실어줬다. 드레스덴 음대 시절 사사했던 독일 피아니스트 플로리안 울리는 이번에 동료 연주자로 협연했다. 이들을 비롯해 슈타츠카펠레 첼로 수석인 노버트 앙어, 에벤 콰르텟 출신 프랑스 비올리스트 아드리앙 브와소, '2018 ARD 국제 콩쿠르' 우승자 비올리스트 디양 메이 등 정상급 연주자들이 무대를 장식했다.
박유신은 제일 마음에 들었던 곡으로 브람스 '현악 육중주 2번 사장조, Op. 36'을 꼽았다. 그는 "브람스 6중주가 굉장히 까다로운 곡인데 훌륭한 연주자들이 모여 집중도 있는 좋은 연주를 했다"면서 "다음 공연에 6중주 연주곡 두 곡을 더 넣겠다"고 했다. 내년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박유신 고향인 포항 등 지방 4~5군데서도 공연할 계획이다.
내년 서울 공연은 10월 23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서정원 기자]